|
[리더피아] Leadership Insight - 지윤정의 감성터치
동대문 시장을 즐기는 리더
동대문 시장에는 절대 안 간다는 친구가 있다. 옷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고, 입어보지 못하니 가늠할 길이 없으며, 가격 흥정을 못 해서 바가지를 쓸 까봐 아무리 싸도 동대문 시장에는 못 간단다. 그 친구는 대학시절 자취할 때도 반찬이 너무 많으면 뭘 먹어야 할지 갈등이 생기니 밥상 위에 반찬을 한 가지만 올려놓고 먹자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조직에서도 이런 스타일을 간혹 만난다. 너무 의견이 많으면 골치 아프니 하나로 몰아주자는 둥, 뭐가 이렇게 말이 많으냐는 둥, 서로 조율하고 흥정하는 것도 귀찮으니 이번에는 한쪽에서 맡으라는 둥, 이렇게 다양성과는 담을 쌓은 이들을 만나면 안타깝다. 다양성을 즐기고 다양함 중에 진국을 선별하고 또 그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리더는 다양한 범주를 다양하게 포용한다. 다양성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회적 범주의 다양성이다. 연령 민족 인종 성별 종교 등과 같은 인구통계적 차이를 포용해야 한다. 둘째는 정보 관련 다양성이다. 교육 정도, 직무 경험, 기능적 전문성 등과 같은 조직 내 정보의 양과 질의 차이를 줄여내고 인정해야 한다. 셋째는 가치 지향과 관련된 다양성이다. 개인적 성격과 태도, 가치관과 비전 등의 심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력들이 그들의 차이점을 활용해 각자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경쟁력 강화 및 창발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인사관리협회의 2001년 조사에 따르면, 91%의 기업이 다양성 관리가 조직의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다양성 촉발하는 리더의 3가지 태도 조직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촉발하는 리더는 몇 가지 태도가 남다르다.
첫째,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람마다 관심분야가 다르다. 고등학생은 내신성적에 반영한다고 하면 솔깃하고 대학생은 취업추천서 써준다면 말을 잘 듣는단다. 직장인은 월급 많이 올려준다고 하면 충성하고 공무원은 인사고과 반영한다고 하면 꼼짝 못하고, 국회의원은 다음에 또 찍어준다고 하면 ‘만사 OK’라고 한다. 각자 아킬레스건이 남다르다. 그래서 불문의 명제이던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격언이 ‘그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로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고 시선이 다르다. 그렇다 보니 서로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독 “네 맘 알아” “이해해” “난 누구보다 더 객관적이야” “네 입장 생각해보고 하는 소리야”라고 쉽게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입장을 아는데 우리가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무리 나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그의 몸으로 유체 이탈해도 상대입장을 가늠하긴 쉽지 않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 입장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라는 성찰 속에 우리는 좀더 완전해진다.
농담 어린 스킨십이 남편에겐 부부싸움 후 화해를 의미하지만 아내에겐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부모에겐 고민 끝에 하는 충고이지만 자녀에겐 매일 듣는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나의 행동은 그 이면의 의도까지 봐주기를 원하면서 상대 행동은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만 보고 오해한다. 이제 거꾸로 하자. 상대는 입장까지 헤아려 주고 나는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만 관찰해보자. 상대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고민을 헤아리고, 내 행동의 표면은 어떻게 느껴질까를 가늠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그래서 더욱 귀 기울인다. 이해가 아니라 오해일 수 있음을 유념하고 더욱 섬세하게 다가간다.
둘째,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성을 환영하는 리더는 김밥에 골고루 속을 넣듯이 골고루 조직에 다양성을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유유상종’이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를 안전지대로 다시 되돌리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잘 활용하면 사업경쟁력을 높인다. 좀더 안정적인 우수인력을 고용하고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 직원과의 분쟁이나 소송 등을 막고 좋은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또 다양한 고객집단을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다. 그 동안 비즈니스 주역이 남성이었다면 여성, 소수인종, 어린이 등 다양한 직업과 집단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고객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특히 다양성을 배치하기 위해 인구통계적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은 쉽게 눈에 드러나고 쉽게 대립되며 쉽게 소외된다. 특히 성(性)과 인종이라는 차이는 쉽게 드러나지만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지점이라서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큰 모티브가 된다. 세계적인 비영리 성별 다양성 정책 연구기관인 카탈리스트(Catalyst)에서도 최고경영진에서의 여성 참여 정도가 높을수록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창의적인 전략 실행이 이뤄져 수익과 직결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톰 피터스는 미래에 전개될 새로운 경제시대의 핵심 트렌드가 ‘여성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견하면서, 그의 동료이자 《Marketing to Women》을 저술한 여성 전문가인 마사 발레타(Martha Barletta)의 의견을 빌어, 소비재나 생활용품 등 전통적인 여성관련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가구 주택 등 내구재에 대한 여성들의 구매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가구 구입시 94%, 휴가 관련 의사결정의 89%, 주방기기 구입시 88%, 주택 구입의 75%, 의료 서비스/제품 구입시 80%를 여성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외에도 모든 PC 구매자의 66%, 소비자 가전 제품 구매자의 55%, 신차 구매자의 60%, 중고차 구매자의 53%가 여성이며, 모든 종류의 자동차 판매에 80%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성(性), 인종, 연령 등의 다양성을 포용하면 남이 못 보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차이를 즐긴다! 얼룩말을 잡아오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영국사람은 총포사에 가서 총을 사고, 프랑스 사람은 말에 물감으로 줄무늬를 그린단다. 미국사람은 도서관에 가서 얼룩말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한국사람은 대책위원회부터 구성한단다. 지각했을 때 후다닥 뛰어 들어와 일에 전념하는 듯 연출하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농담하며 상황을 모면하는 동료도 있다. 자라목이 되어 미안하다며 자책하는 스타일도 있고 왜 늦었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스타일도 있다.
이처럼 서로는 같을 수 없다. 앨리배마대학교의 풋볼 감독인 폴 베어 브라이언트(Paul Bear Bryant)는 “코치 노릇을 하며 깨달은 것은, 그들을 또 다른 당신의 모습으로 만들지 말고, 그렇게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말라. 내 선수들은 서로 생긴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나 인간성에서도 모두 제각각 이었다. 나는 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똑같아 지려고 노력하지 말라. 오직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스크림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세상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서로 조화를 이루고 보완했을 때 좀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는 세상에 자신과 코드 맞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지 않는다. 코드가 맞는 누군가를 찾는 것보다 스스로 주변과 코드를 맞춘다. 남이 먼저 내 코드를 맞추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남의 코드를 맞추는 리더, 바로 다양성을 환영하고 즐기는 리더다.
프랑스 철학의 거목 자크 데리다는 ‘차이가 동일성을 앞선다’고 했다. 자로 잰 듯 동일한 전원의 찬성보다 다양한 차이와 시각 속에 더 큰 제3의 대안이 나오기도 한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옳은 것은 나쁜 것”이라고 했다. 내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의 것은 틀린 것이 된다.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가려내는 일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한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 다양한 시선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관용의 눈으로 허용한 자유 속에 미처 못 본 해답이 있다. 나도 동대문 시장에서 만나는 수만 가지의 옷 중에 나에게 꼭 맞는 스타일을 고르고 맞춰보고 흥정하는 가운데 패션감각이 꽤 늘었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을 즐기고 감당한 결과다.
글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