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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버피아 - 인생 2막을 준비하자 ‘헬리곱터 부모는 이제 그만!’
‘김서방 이제 정신 좀 차렸다니? 아주 하는 짓 마다 맘에 안 들어서 내가 보기도 싫다. 돈을 못 벌면 집안에서 진득하니 애를 잘 보던지, 너 고생하는데 집안 살림을 도와주던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주 꼭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최근 주말 안방 극장에 등장한 처월드의 대표적인 왕호박의 엄마(김혜숙 분)가 백수 남편을 둔 둘째 딸에게 하는 푸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월드를 다룬 드라마나 토크쇼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제는 시월드보다는 처월드라는 표현으로 처가와 많은 시간 함께 하면서 붉어지는 사위와 장모의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소설이나 영화 더욱이 드라마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기에 정말 요즈음 많은 프로그램을 보면 처가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처가와 함께 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 지고 자녀 양육에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하게 됨으로써 자녀를 맡기는 주체인 여성이 좀더 편안한 친정부모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인 있다.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좀더 편안하고 가까운 친정을 선택하고 양육을 하는 조부모조차 아들의 자식을 맡아서 키우는 것보다는 딸의 자식을 맡아서 키우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안하고 관계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친정에 자녀를 맡겼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친정에 아이를 맡기게 되면 처가와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거리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일상 생활에서도 깊숙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예전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잦았다면 이제는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처월드의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예전 시월드의 고부갈등과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까?
다르지 않다. 갈등의 종류와 양상은 다를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 시어머니든 장모님이든 내 딸의, 내 아들의 가정생활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은 갈등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물론 부모에게 자신의 자녀 양육만이 아니라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도 문제다. 부모-자녀 관계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는 확실히 다른 것은 맞다. 혈연으로 맺어진 그들의 끈끈함은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성인이 되면 깔끔하게 떠나 보내야 한다. 적어도 자녀가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 그 때라도 맘이 아프지만 실행해야 한다. 부모-자녀의 연을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자녀는 부모에게 늘 관심과 사랑을 드리고 부모는 자녀에게 올바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자녀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의 자녀를 낳고 키우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시월드니 처월드니 하는 세태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이 자녀를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인 인격체로 생각하지 못하고 늘 보호해 주어야 하는 주머니 속 아기 같은 마음으로 키워온 잘못된 양육습관이 문제가 된다. 물론 3세 이전의 아이들은 절대적인 부모의 양육과 보호가 필요하다. 취학 전까지 부모의 역할은 올바른 훈육으로 사회성을 키워주면 된다. 취학 후 아이들에게는 늘 격려하고 지지하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인생의 상담자로써의 부모역할이 필요하다. 자녀가 다 커서 회사에 취직을 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도 취학 전의 부모역할 양육하고 간섭하고 훈육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양육태도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잘 형성해야 한다. 예전에 주머니 속에 자녀를 담아 놓고 자녀가 커서 그 주머니 속이 더 이상 답답하여 나가고 싶어할 때 단호하게 내 보내줘야 한다. 캥거루처럼 자녀를 키웠던 부모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떠난 자녀의 주위를 빙빙 도는 ‘헬리곱터 형 부모’가 될 여지가 많다. 이러한 헬리곱터 형 부모가 ‘시월드’ ‘처월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생 3막에서는 나 자신의 인생을 살자. 자녀의 주의를 빙빙 돌며 그들의 일상을 간섭하고 스트레스 받기에는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깝다. 물론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즐거움일 수 있다. 그 즐거움만을 즐기자. 손자녀의 양육 이외의 자녀 부부의 삶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성인이 이룬 가정이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조금은 부족하고 인생의 경험으로 조언해 주고 싶은 것이 한없이 많겠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늘 하던대로 말하면 부모의 잔소리 일뿐이다.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까지도 부모의 잔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부부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고 그들과 관계 맺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 ‘시월드’ ‘처월드’도 행복할 수 있다.
글 강은정 윌토피아 가족친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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